흐른 - 흐른

밴드 '로로스'로 더 유명한 '튠테이블무브먼트(TuneTable Movement)'의 유일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흐른'의 1집 '흐른'.

홍대 클럽 '빵'을 중심으로 하던 '흐른'은 남성 그리고 밴드가 위주였던 레이블 'TuneTable Movement'에 합류하여 2006년 EP '몽유병'을 발표하고 늦은(?) 나이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어느새 귀국하여 약 2년 반이 지난 2009년 3월 정규 1집 '흐른을 발표했습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떨어진 잉크가 퍼지는 듯한 그림의 자켓으로 그녀의 음악활동의 이름인 '흐른'을 표현하고 있는 1집은 그 내용면에서도 일맥상통하여, 전작인 EP '몽유병'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EP와 1집 사이에 있었던 유학을 통해 느낌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첫곡 "Don't feel sorry"는 영어 가사의 곡으로 나름 유학파이자 페미니즘 성향의 그녀를 엿볼 수 있습니다. EP '몽유병'에 이어지는 그녀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반가울 따름입니다. 더불어 EP 수록곡 '몽유병'의 당돌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내 빵을 뜯었나"는 제목에서 유명한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힌트를 얻은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빵'이라는 단어에서는 어떤 '정치적 색'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쿠스틱의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예상외로 디스코풍의 전자음이 등장하면서, 흐른의 음악에 대한 선입견의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싱에 참여한 '누군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네요.

"다가와"는 EP의 '스물일곱'과 마찬가지로 가사에서 흐른의 소박하지만 솔직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트랙으로, 연주에서도 그녀다운 편안함이 지배합니다. 봄에 발매되었지만, 가사에서 여름 시즌을 노렸다고 생각되고, 요즘같은 여름밤에 듣기 좋네요. "어학연수"는 실제 어학연수를 다녀온 그녀가 타지에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고독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Wake Up in the Morning"은 애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사가 재밌는 트랙입니다. 여름 시즌을 노렸다고 확신시켜주는 "You feel confused as I do(Summer Mix)"는 마지막 트랙인 "Autumn Mix"와 비교하며 들으면 재밌습니다. Summer Mix가 댄서블한 빠른 템포와 시원한 전자음으로 여름을 노렸다면, Autumn Mix는 느린 템포의 넉넉한 밴드 사운드로 가을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곡 "산책"과 "Global Citizen"은 삶과 세상에 대한 사색이 짙게 느껴지는 트랙들입니다. "산책"은 버려진 기타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Global Citizen"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순들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종족분쟁의 케냐와 캐냐산 커피, 기아의 잠비아와 옥수수를 먹여 키운 소고기 햄버거라는 잊고있던 자본주의의 모순들은 직시하게 합니다. 적당히 댄서블한 사운드에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직설적이면서도 풍자적인 가사가 익살스러우면서도 아프게 와닿습니다. 앞선 두 곡 "누가 내 빵을 뜯었나"와 "You feel confused as I do(Summer Mix)"와 같이 빠른 템포는 세 곡을 연작 같이 느껴지게 합니다.

이어지는 세 곡은 '빵'에서 솔로 뮤지션으로 공연하는 그녀를 느끼게 해주는 트랙들입니다. 가사에서 사랑과 배려, 그리고 하얀 거짓말이 떠오르는 곡 "할 수 없는 말"은 둘이어서 더욱 외로울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그녀의 울림 때문에 아름다운 트랙입니다. "그렇습니까"는 EP 수록곡 '거짓말'의 연장선 위에 있는 조심스러운 사랑 노래입니다. 아니, 그 조심스러움 때문인지, 솔직하지 못한 '그녀의 노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지만 결론은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는 것인가 봅니다. "Song for the Lonely"은 'Sarah McLachlan'의 'Angel' 조용하지만 굳건한 위로와 지지가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세 곡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울림은 아마도 가장 가장 '흐른'다운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숨겨진 야심작이었던 앨범 '흐른'은 그 야심만큼 곡 자체의 탁월함 뿐만아니라, 연주를 담당한 세션들에도 각자의 밴드 활동으로 실력을 입증받은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뮤지션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진이라고 치면 '후보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믹싱 및 마스터링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문외한인 저에게도 느껴지는 소리의 질은 아마도 튠테이블 무브먼트를 통해 발매된 음반들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소속사 튠테이블 무브먼트와 음반 배포를 담당한 '파고뮤직'의 빈약한 홍보 능력 때문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비단 앨범 '흐른'과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인디씬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요. 인디씬에서도 요 몇년 사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메인스트림과 마찬가지로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홍보력이 비중이 점점 커지는 듯하여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홍보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7/15 23:41 2009/07/15 23:41

인디루트페스타 in 6월 6일 클럽 빵

'10년 클럽 10년 밴드'라는 모토로 진행 중인 '인디루트페스타(Indie Root Festa)', 6월 6일 홍대 '빵'에서 있었던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이날은 총 5팀의 공연이 예정되어있었는데,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잘못 확인하고 가는 바람에 첫 번째 순서였던 '아톰북'의 공연은 놓치고 두 번째 '흐른'부터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데뷔앨범을 발표하고 활동 중인 '흐른'은 소속사인 '튠테이블무브먼트(TuneTableMovement)'의 단골 세션맨들인 '로로스' 삼인방(베이스 ; 석, 드럼 ; 재명, 기타 ; 종민)과 함께였습니다. 1집 발매 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의 모습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완전한 밴드 사운드는 기타 연주와 함께하던 그녀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아직은 예전 달랑 기타와 노래하던 모습이 더 좋은데, 다른 사람들의 느낌도 궁금하네요. 1집 수록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두 곡, 강한 메시지의 'Global citizen'과 공감되는 가사의 '그렇습니다'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 번째는 바로 '페퍼톤스'의 마스코트였던 '뎁(deb)'이었습니다. '페퍼톤스'의 EP나 1집과는 다르게 2집에서 그녀의 비중은 많이 줄어들어서 페퍼톤스라는 수식어는 부적절해졌지만, 아직도 뎁과 페퍼톤스는 때어놓을 수 없는 이미지입니다. 역시 작년에 발매된 그녀의 1집 수록곡 위주로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Golden night'도 들을 수 있었고 커버곡(?)으로 '페퍼톤스'의 'Ready, Get set, Go!'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솔로 공연에서 페퍼톤스의 곡을 부르는 일은 처음이었나봅니다.

네 번째는 '올드피쉬'였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이었는데, 예전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밴드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기타 세션맨이 있음에도 'Soda' 역시 기타를 연주하는 락 밴드 분위기의 공연이었습니다. 3집 발매 직후 여행을 다녀와서, 이번이 3집 발매 후 두 번째 공연이랍니다. 공연을 많이 안해서 앨범이 잘 안나갔다나요. 면과 전혀 관계 없는 신곡 '누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든 곡이라네요.

마지막은 '에브리싱글데이(Every single day)'였습니다. 1997년에 결성하여 1999년에 첫 앨범을 냈다고하니, 오늘 공연한 밴드들 중 '인디루트페스타'의 모토에 부합하는 유일한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록이 느껴지는 무대와 더불어 멘트도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기타리스트가 있었지만 생계문제로 2년전에 나가서 지금은 가수 '지선'의 세션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은 '피아'의 기타리스트 '헐랭'이 도와주었습니다. 밴드하고 10년이 지나면 세상이 달라지듯 많이 달라질 것으로 알았는데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고 하네요. 밴드들도 그렇고 빵도 그렇구요. 재미있게 말했지만 그 속에 뼈가 담겨있는 말들이었습니다.

한국 인디씬 현실의 풍자라고 할까요? 저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보기 시작한지 5년 정도 되어가는데 주변인으로서 보기에도 인디밴드들의 앨범이 좀 더 많이 나오는 점을 빼면, 홍대 클럽이나 인디밴드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보입니다.

새로운 디카 '삼성 VLUU WB1000'과 함께하는 첫 홍대 나들이였지만, 결과물들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물론 아직 제가 새로운 디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이 새로운 '눈'의 성능에 조금은 의구심이 드네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빵 입구에서 임진모씨를 비롯한 평론가로 보이는 사람들을 여럿보았다는 점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수확이라고 하겠네요.

사진과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에 올릴게요.

2009/06/07 02:17 2009/06/07 02:17

로로스 in 5월 17일 SSAM

마지막은 '로로스'였습니다. 아마도 이 날 공연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대다수가 이 밴드를 보러왔을겁니다. 얼마전에 발매된 EP 'Dream(s)'의 첫 두 곡으로 시작했습니다. '프렌지'의 기타리스트가 세션으로 참여하여, 기존 멤버 5명에 총 6명이 무대에 올라, 무대가 비좁게 느껴졌습니다. 원래 5명일 때도 그랬지만, 한 명이 늘어나니 더욱 더 그렇더군요.
 
 1집 수록곡 'I say', 'Doremi', '방안에서', 'Pax', '너의 오른쪽 안구에서 난초향이나', 나머지 EP 수록곡 'Dream(s) 3'까지 숨 돌릴 틈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점점 거장(?)의 길로 가는듯한 '로로스', 앞으로 더 멋진 모습들을 기대해봅니다.

2009/05/19 00:14 2009/05/19 00:14

프렌지 in 5월 17일 SSAM

두 번째는 '프렌지'였습니다. 보컬없이 연주만을 들려주는 '포스트락'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타 한 명이 탈퇴하여 그림자궁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종민'이 세션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가을을 목표로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좋은 곡들이었지만, 너무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고 연주곡의 특성상 기억에 깊이 남는 곡이 없네요.

2009/05/19 00:05 2009/05/19 00:05

그림자궁전 in 5월 17일 SSAM

SSAM에서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숨은고수 스페셜 2009'라는 긴 제목의 특별기획 공연이 있었습니다. 5월 18일부터 시작하는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고수 모집을 축하하기 위한 공연이라고 하네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을 차지한 '로로스', '프렌지'와 우정출연한 '그림자궁전'의 공통점은 모두 '숨은고수'에 선발된 경력이 있다는 점이겠죠. 다른 공통점은 현재 'TuneTable Movement(튠테이블 무브먼트)' 소속이라는 점이구요.

첫 번째는 우정출연한 '그림자궁전'이었습니다.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하였다가, 무려 9개월만의 공연이었죠. 드러머는 다시 공석이 되었나봅니다. 다시 활발한 공연을 시작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오랜만에 한 번하는 공연이었습니다. 1집 수록곡들과 카피곡 '커피 한 잔', 신곡 '톱니 바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로로스'의 '종민'이 가타세션으로 '남규'가 드럼세션으로 참여하여, 예전보다 더욱 밀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2009/05/19 00:00 2009/05/19 00:00

그림자궁전 in 2월 22일 클럽 빵

네 번째는 '그림자궁전'이었습니다. 무려 다섯 팀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는데, 보통 그림자궁전이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어쩐 일인지 이날은 마지막이 아니었네요. 다음 밴드가 어떤 팀이길레 그런지 좀 궁금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회포를 푸느라(?) 그림자궁전을 마지막으로 빵을 나왔습니다.

드러머가 바뀐 후 처음 보는 클럽 공연인데, 오랜만이라 그런 것인지 소리가 더 역동적이고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신곡 '톱니바퀴'를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그림자궁전 신곡의 첫인상은 합격점은 아닙니다만, 지난 곡들과는 뭔가 다른 인상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갈지요.

그리고 그림자궁전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지나칠 뻔 했네요. 쟁쟁한 가수들과 경쟁하기에, 수상은 어렵겠지만 후보에 올랐다는 점만으로도 '쾌거'지만, 그래도 결과는 아무도 모르죠.

2008/02/26 16:51 2008/02/26 16:51

로로스(Loro's) - P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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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single 'Scent of Orchid' 발표 후 다시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선보이는 '로로스(Loro's)'의 데뷔앨범 'Pax'.

'TuneTable Movement'의 2008년 첫 작품, '로로스'의 'Pax'가 드디어 발매되었습니다. 2006년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고수'로 발탁된 후, 앨범 계획이 있었지만, sinlge로 축소되고 이후 차일피일 미뤄지던 정규앨범이 결국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는군요. 바람에 흩날리는 쓸쓸한 느낌의 디지팩 이미지는, 60분에 이르는 앨범 'Pax'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서 내용물을 살펴봅시다.

'첫 트랙 intro'는 다분히 (90년대 즈음에 유행했던) 트랙을 거꾸로 돌렸다는 생각이 드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거꾸로 흐르는 소리는, 기억 저편으로 향하는 이 앨범의 입구와도 같습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I say’의 ‘로로스’의 서정성을 잘 들려주는 곡입니다. 쓸쓸함을 담은 보컬은 먼지처럼 흩어지는 단어들 같고 그 잔영은 마음 속의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피아노와 첼로, 기타와 드럼의 충돌은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뿜어내는 것만 같습니다.

'방 안에서'는 정중동(靜中動)'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동양적 정서가 녹아있는 곡입니다. 방 안에서 고요함 속에 움직이지 않는 화자이지만, 그의 가슴은 뛰고 그의 눈물은 흐르고 그의 마음은 소용돌이 칩니다. 첼로의 선율은 피아노를 보조하며 가슴 아린 서정성을 더하고 드럼은 가슴 치며 터질 듯한 격정을 표현합니다. 모든 파트가 폭발하는 절정에서 ‘제인’의 보컬은 마음을 위로하는 주문 같습니다.

'비행'은 하늘을 가르는 그 느낌처럼 젊은이의 기상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 하늘을 향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르는 비행, 하지만 그 비행은 실제 비행이 아닌 명상을 통한 ‘마음의 비행’일지도 모릅니다. 보컬 없이 연주만 흐르는 곡으로, 시냇물이 강을 만나고 강이 바다를 만나듯,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느낌은, 일본 밴드 ‘Mono’의 연주에서나 느껴보았을 찬란한 ‘포스트락’의 인상을 강하게 남깁니다. ‘포스트락’은 밴드 ‘로로스’의 지향점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It’s raining Pt.1’은 Pt.2의 ‘intro’ 같은 곡입니다. ‘It’s raining’은 앞선 ‘방 안에서’와 2006년 싱글로 공개되었던 ‘너의 오른쪽 안구에서 난초향이 나’와 더불어 로로스 초기의 서정성이 담겨있는 3대 인기곡이기도 합니다. 곧 쏟아질 법한 비를 머금고 밀려드는 먹구름과 천둥이 쳐도 이상할 것 없는 어두운 하늘, 그리고 잿빛 거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It’s raining Pt.2’는 키보드는 거리의 흐름을 첼로는 마음의 흐름을 그려냅니다. 간간히 들리는 드럼 심벌즈의 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천둥이 연상됩니다. 비가 내리는 거리, 무관심한 사람들 속을 걷는 쓸쓸한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은 듯, 발걸음은 빨라집니다. 단지 그림자일 뿐이었을까요?

‘Doremi’는 앨범 수록곡들 중 독특한 느낌의 곡으로 홍일점 ‘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제인’은 ‘피카’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하면서 월드뮤직 같은 음악들을 많이 들려주어왔고, 이 곡도 그런 분위기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주문과도 같은 독특한 그녀의 보컬과 드럼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어떤 부족의 신비한 주술을 듣는 느낌입니다.

‘바람’, 피아노 연주에 드럼과 기타 연주가 곁들여진 크로스오버 형식의 곡입니다. 4분 정도되는 길이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로로스의 곡으로서는 짧게 느껴지네요.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점에서 크게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또 그런 자극적(?)이지 않은 점이 이 곡의 미덕이 아닌가 합니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Pax’는 라틴어로 ‘평화’를 의미합니다. 기도하는 듯한 남녀 두 보컬과 가사, 오르간처럼 들리는 평온한 연주는 고풍스러운 성당과 평화를 위한 기도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Pax’의 사전적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강국 등의 지배에 의한 국제적 평화’를 의미합니다. 그리스도교와 함께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로마’를 이야기할 때 듣게 되는 ‘Pax Romana’가 좋은 예가 되고, 현대에서는 ‘Pax Americana’라는 말이 종종 들을 수 있죠. 군사경제적인 폭력인 제국주의와 맞물려 그리스도교가 행한 문화종교적 폭력에 대한 반어일까요? 혹은 로로스가 꿈꾸고 있는 것은 대중음악계의 ‘Pax Lorosana’ 건설일까요?

이어지는 두 곡은 single에 수록되었던 곡들입니다. ‘너의 오른쪽 안구에서 난초향이나’라는 긴 제목의 곡에서 폭발할 듯한 로로스의 서정을 들려줍니다. 각 악기들이 자유로우면서도 조화를 이뤄내는 점이 로로스표 음악의 매력입니다.

‘Habracadabrah’이라는 제목은 주문의 한 구절로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의미가 있답니다. 느슨한 주문 부분과 급격한 연주 부분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주문 외에도 알 수 없는 짧은 단어들은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흑마술에 대항하는 선한 마술사의 이야기는 아닐까요? 비교적 뚜렷한 기승전결은 그런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마지막 곡 ‘She didn’t go to the party’은 어두운 방안에서 반짝이는 꼬마전구 같은 곡입니다. 파티에 가지 않은 그녀가 누워서 보고 있던 것은 바로 반짝반짝 꼬마전구가 아니었을까요?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무슨 꿈을 꾸었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로로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음악계에서 상당히 독특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락 밴드의 기본적인 포멧에 키보드와 첼로의 전면으로 내세운 밴드 구성이 그렇습니다. 게다가 뉴에이지의 서정성과 크로스오버의 양식에 포스트락과 월드뮤직을 첨가한,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듣는 입장에서 선택이 폭이 좁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연주는 좋았지만, 보컬의 역량은 조금 아쉽습니다. 공연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아쉬움이 앨범에서는 기술의 힘을 빌려 멋드러지게 나올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은 점은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라이브와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더 멋진 앨범을 기다렸을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좀 더 클 법도 하지만, 앨범 발매의 즐거움을 넘을 수는 없겠죠.  라이브를 듣고 있으면 정말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엄하고 서정적인 '로로스'의 음악들, 이제 더 큰 날개를 달고 널리 퍼져나갈 때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8/02/16 17:14 2008/02/16 17:14

라이브 클럽 빵 컴필레이션 3 'History of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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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에 위치한 '복합 대안 문화공간', '빵'을 아시나요?

썡뚱맞은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바로 '빵'에서 발매한 '빵 컴필레이션 3 : History of Bbang'입니다. 빵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1994년 이대 후문 근처에서 시작하여 2004년 홍대 근처로 자리를 옮긴 복합 대안 문화공간입니다. 왜 '복합'이자 '대안'이냐면, 보통 밴드들의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른 라이브 클럽들과는 전시회 및 인디영화상영회도 빈번하게 열리는 곳이 바로 '빵 '이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홍대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는데, 제가 빵을 알게 된 때가 그리고 이 블로그 bluo.net을 시작한 때가 바로 2004년 말이기에 '2004년'은 저에게 참으로 의미깊은 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빵에세 제작한 세번째 컴필레이션인 이번 앨범은, 인디씬에서 발매된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방대한 분량인, 두 장의 CD에 총 31곡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발매된 '강아지 & 고양이 이야기'와 '12 songs about you'같은 상당한 수준의 컴필레이션들처럼 특정 컨셉에 맞춰지기보다는 순수히 '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 또한 독특합니다. 그렇기에 밴드들의 소속 레이블을 초월하여 만들어진 초대형(?) 프로젝트가 되었구요.

31곡이라는 어마어마한 곡수때문에 이 글에서 모두 소개하기는 힘들겠습니다. 빵을 많이 방문했지만,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가운데 한번도 못 본 뮤지션들도 몇몇 있을 정도니까요. 제가 관심있는 밴드의 곡 위주로 소개하겠지만, 그렇다고 소개되지 않은 곡들의 완성도나 떨어지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 취향의 문제일 뿐이죠.

남미음악을 들려주는 '소히'의 '물음표 그리고'는 얼마전에 소개했던 '미안해'와 더불어 2집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녀의 1집이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의 괴리로 인해 많은 실망을 주었던 터라, 그 이후 보여준 그 간극을 줄여가는 모습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작년 말에 1집을 발매했던 '어른아이'는 '감기'로 참여했습니다. 제목 옆에 써있는 'since 2000'으로 봐서는 그 즈음에 만들어진 상당히 오랜된 곡인가 봅니다. 더 강화된 듯한 느낌의 밴드 사운드는 라이브나 1집을 통해 보여준 모습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입니다.

'Body Pops'는 '골든팝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든 곡입니다. 올해 발매된 EP를 통해, 그들의 방향이자 밴드 이름을 통해도 들어나는 복고풍의 팝을 들려주었던 터라, 'Body Pops'에서 들려주는 변모는 놀랍기까지 합니다. 단순한 비트와 짧은 가사의 반복이 제목처럼 몸을 흔들만한 디스코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이미 한국을 초월한 위용의 골든팝스였지만 이 곡을 통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혹은 이 곡이 '골든팝스'의 곡이라기보다는 밴드의 프로젝트 '바디팝스'의 곡이라고 불러야하는 건 아닐까요?

'슈퍼밴드'라고 할 수 있는 '로로스'는 '성장통'으로 참여했습니다. '로로스' 특유의 심금을 울릴 만한 서정성은 여전하지만 보컬의 녹음 상태는 좀 아쉽습니다. 이제 앨범 발매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압도적인 클럽 공연에서의 모습처럼, 과연 앨범을 통해 그들의 포텐셜을 폭발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플라스틱 피플'의 'Morning After(alterante version)'은 제목 그대로 'Morning After'의 다른 버전입니다. 원곡은 작년에 발매된 2집 'Folk, Ya!'에 수록되어있고, '플라스틱 피플'다운 쿵짝거리는 포크곡으로 밴드의 리더 '김민규'가 불렀습니다. 하지만 alternate version에서는 같은 곡의 다른 버전이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집니다. 낮게 깔리는 윤주미의 보컬과 일렉기타의 배치는 잘 만들어진 Rock number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로로스'의 홍일점, '제인'의 솔로 프로젝트 '피카'는 'Open Your Eyes'라는 곡을 부릅니다. 클럽 공연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기대 이상의 트랙으로, 살짝 몽환적이면서도 뭔가 탁 트인 기분이 들게 하네요.

긴 휴식을 마치고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는 '페일슈'는 'Wait'라는 곡을 들려줍니다. 진솔한 보컬의 음색과 희망찬 스트링에서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들어보았을 법한 올드팝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제는 빵에서 볼 수 없는 '빅데이커민'은 'She's My High'라는 곡을 남겼습니다. 저 단 한번으로 공연으로 인상적인 기억을 남겼던 이 밴드의 곡은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보컬도 여전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멜로디 라인도 좋네요.

'Mellville st.'는 영국을 다녀온 후 더 진지해지고 차분해진 '흐른'의 노래입니다. 모두가 무관심하게 스쳐가는 거리 속에서 이방인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날따라 하늘은 새파랗게 맑았지만 도시는 모두 잿빛처럼 느껴지지 않았을지요.

'뜨거운 감자'라고 불릴 만한 '어베러투모로우'는 역시 독특한 제목의 '관심법'을 들려줍니다. 독특한 제목이지만 가사는 상당히 진지합니다. 멤버 '호라'가 '추남조합장'이라는 이름으로 모 가요제에서 불렀던 '버스메이트'만큼이나 '현대인의 고독'이 느껴집니다. 관심법이라는 능력이 있으면 참으로 좋을 법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좋지만도 않겠죠?

이 긴 여행의 마지막은 빵의 대표 밴드로 성장한 '그림자궁전'의 'I'm nobody'입니다. 올해 발매된 1집의 수록곡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그림자궁전의 최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곡입니다. 가사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오감(눈, 귀, 코, 손끝 등)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대'라는 존재를 잃은 절망감 혹은 존재의 허무함을 'Nobody'라고 표현하는 듯합니다. 한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구요.

음반의 제목처럼 특별한 컨셉을 갖고 제작한 음반이 아니기에, '한 앨범'으로서의 응집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제목처럼 '빵'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앨범으로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겠구요. 최근 빵에서 공연하는 주요밴드의 '도감' 및 빵의 최신 경향을 한꺼번에 훓어볼 수 있는 푸짐한 '샘플러'로서도 손색이 없구요.

거침과 세렴됨, 아마추어와 프로, 정지와 흐름... 그 중간 즈음에 '빵'이 있고 '빵 밴드들'이 있고 그들이 열정이 있고 이 앨범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의 제목은 'history'이지만, 빵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빵을 알고, 빵을 기억하고,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장 소장하면 좋을 앨범, 별점은 3.5개입니다. 이번 주말에 '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빵 공식 다음 카페(http://cafe.daum.net/cafebbang/)
빵 사이월드 클럽(http://cafebbang.cyworld.com/)
2007/11/09 21:15 2007/11/09 21:15

그림자궁전 in 10월 6일 광명음악밸리페스티벌

GMF와 날짜가 겹치면서 아마도 우여곡절 끝에 섭외가 이루어졌을 '제 3회 광명음악밸리페스티벌'.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해는 6일에 가서 단지 한 밴드만 보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오프닝 무대에 나선 '그림자궁전'이었습니다.

시작은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지연되었고, 다른 큰 음악행사들과 때가 비슷해서 작년과 재작년보다 사람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궁전은 위축되지 않고 신나게 공연했습니다. 베이시스트 용은 날뛰기(?)까지 했구요.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큰 무대 위에 올랐다는 경험만을도 큰 소득이 아니었나 합니다.

2007/10/28 21:26 2007/10/28 21:26

로로스 in 8월 25일 클럽 빵

마지막은 '로로스'였습니다. 그들의 연주와 그들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마치 앞선 밴드들이 게스트처럼 느껴지게 할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이 밴드의 공연을 보니, 기존 곡들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변화들이 좀 아쉬웠습니다. 신곡 'Pax'는 평화를 의미한다는 제목처럼 평화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세팅부터 좀 긴 편이었고, 곡 하나하나가 긴 편이어서 상당히 긴 공연이 되었습니다. 마침 '눈뜨고 코베인'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너무나 긴 공연이 되었을 겁니다.

2007/09/01 21:35 2007/09/01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