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에 있었던 팬미팅에 이어서 1주간격으로 다시 '한희정'을 단독공연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의 제목은 이름하여 '잔혹한 희정씨'였는데, EP '잔혹한 여행'에서 착안한 제목이었습니다. '허니정'이라고 그녀의 애칭을 대놓고 이용한 포스터에서는 밴드 '불싸조'의 냄새가 풀풀 느껴졌어요.  오랜만에 방문한 V-hall 입구에서 티켓을 받았고 42번이었습니다. 입장시작 약 30분 즈음 전에 도착했는데도, 줄을 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서 의아했지만, 역시 그녀의 공연인지라 입장시작이 가까워지니 긴 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빠른 입장 순서는 아니었지만 운좋게도 세 번째 쭐, 사진을 찍기에 마음이 편한 맨 가장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잔혹한 희정씨'를 위해 준비된 영상이 스크린에 나타났습니다. 얼굴이 부분부분이라 알아보기 쉽지 않았지만 '줄리아 로버츠',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주이 디샤넬' 등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등장한 그녀는, 반짝이는 은색의 가발과 얼룩말 무늬의 레깅스 차림으로 마치 10대 아이돌같은 느낌으로 등장했습니다. 첫 곡은 끈이 었습니다. 사랑과 이별을 컨셉으로 했고 '잔혹함'을 표방하고 있기에 우선 '사랑의 시작'이 있어야하겠지요. 아련한 사랑으로 가득했던 지난 EP '끈' 수록곡 '끈'에 이어 역시 같은 EP에 수록되었고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곡인 '러브레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산책', '솜사탕 손에 핀 아이'로 이어지는 흐름는 그녀의 지난 공연들과 비슷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잔혹한 희정씨'는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는 멘트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지난주 팬미팅에서 너무 위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서 자제하는지, 아니면 아이돌같은 옷차림처럼 조신한 척하는지, 또 아니면 '소통의 부재'라는 잔혹함을 선사하려는지 모르겠지만요. 새 EP의 수록곡을 드디어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는데 바로 '입맞춤, 입술의 춤'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한 분위기의 이 곡은 '사랑의 위기'를 감지하게 했습니다. 이어지는 '우리 처음 만난 날'은 처음 만난 날에 대한 그리움에 빗대어 현재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었죠. 그리고 드디어 '잔혹한 여행'이 들려왔습니다.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노래로서 본격적으로 '잔혹한 희정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죠.

주구장창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이번 공연의 컨셉이었는지 중간중간 어떤 남자(아마도 '잔혹한 희정씨'의 컨셉 속에서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멘트를 대신하고 공연 중간에 스크린이 내려와 또 영상들을 보여주었는데, 제가 오프닝에 예상했던 얼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나탈리 포트만'은 바로 영화 '클로저', '스칼렛 요한슨'과 '페넬로페 크루즈'는 영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한국 개봉 제목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주이 디샤넬'은 영화 '500일의 썸머'로 모두 제가 알고 있던 영화들이었죠. 고전영화로 생각되는 영화도 있었는데 '러브 스토리'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그녀가 보여준 독특한 의상 컨셉은 아마 영화 '클로저'에 등장한 '나탈리 포트만'의 컨셉이 아니었을까요?

'오늘만'와 '어느 가을'은 처량한 쓸쓸함으로 이별을 상기시켰고, '브로콜리의 위한 고백'과 '우습지만 믿어야 할'은 시련을 당한 자신에 대한 조소처럼 들려씁니다. '잔혹한 희정씨'로 멘트도 게스트 공연도 없었지만 다행히도 팬서비스는 있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공연이라면 언제나 기대하게 되는 커버곡이었는데 의외의 커버곡들로 즐겁게 했습니다. 첫 곡은 바로 '2NE1'의 '아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의상읜 '2NE1'과도 닮아있었죠. 아이돌의 곡이지만 '잔혹한 희정씨'에서 시련의 당한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곡이었죠. 두 번째 곡은 무려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였습니다. 그녀가 부르니 재밌고 우스웠지만, 진지하 가사를 들여다보면 역시 이별 후의  아쉽고 아픈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커버곡 시간이 끝나고 다시 '잔혹한 희정씨'는 '드라마'로 이어졌습니다.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혹여나 '잔혹한 희정씨'의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의혹이 들었죠. 이어진 곡은 '멜로디로 남아'였습니다. 역시 이별 후의 빈 옆자리에 대한 쓸쓸함을 그려내고 있죠. '잃어버린 날들'은 컨셉에 비추어 볼 때 여자 주인공이 연애 시간을 '잃어버린 날들'로 규정하고, 잔혹하게 변신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곡들 가운데서도 매서운 쓸쓸함이 느껴지는 '반추'와 '나무'가 이어져서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잔혹한 그녀가 느끼는 통쾌한 복수 후에 찾아오는 허망함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분위기가 반전하여 'Acoustic Breath'가 이어졌죠. 복수 후 역설적으로 목소리를 언제나 들려주겠다고 노래는 그녀는 바로 '넌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마지막에 걸맞게 '끝'이었습니다. 비장하고 잔혹한 암시를 내포하는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과 함께 공연의 막은 내렸고, 그녀의 아름다운 연주곡 '연착'은 이번 공연의 엔딩크레딧 곡이었습니다.

스크린이 내린 후 팬들은 응당 '앵콜'을 외쳤지만, 그녀는 '잔혹한 희정씨'라는 이번 공연의 컨셉처럼 팬들의 바람을 잔혹하게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곡을 들려준 공연이었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잔혹한 희정씨는 남자 주인공을 묻어버리지 않았을까요? 공연 포스터에서 희정씨나 내리치고 있는 기타가 삽이나 곡괭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나 잔혹하지 않나요? 다음에는 잔혹하지 않은, 친절한 희정씨를 만났으면 더욱 좋겠죠?

2010/12/15 02:57 2010/12/15 02:57
Posted by bluo
11월 11일, 연인들의 사랑 고백은... 개풀 뜯어먹는...현대 한국판 상술의 극치인 '빼빼로 데이'에 홍대 인근에 위치한 '클럽 타'에서 아주 특별한 팬미팅이 있었습니다. 약 1년 전에도 '예스24'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타루의 팬미팅으로 클럽 타를 찾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예스24'에서 주최한 이벤트에 당첨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이벤트의 주인공은 바로 '한희정'이었습니다.

팬미팅의 시작은 7시 30분부터였고 입장은 7시에 시작이었기에, 클럽 타 앞에 넉넉히 도착한 저는 근처 라멘집 '하카다 분코'에서 요기를 하고 다시 클럽 타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타에서는 리허설하는 소리가 들렸고, 식사를 하고 돌아왔음에도 줄을 서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7시가 가까워져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비도 내리고 번개도 치는 날이라서 혹여나 팬미팅을 포기한 당첨자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이 7시 즈음에는 꽤 줄의 길이가 길어졌죠. 간단한 신분증 확인 후 입장이 시작되었고 가장 먼저 입장을 한 저는 맨 앞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를 볼 기회를 얻었죠.

드디어 팬미팅이 시작되었고 스크린이 올라갔습니다. 한희정의 사상 첫 팬미팅은 그녀의 새 EP에 실린 '어느 가을'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팬미팅이 시작되었죠. '더더 밴드'를 시작으로 '푸른새벽'을 거쳐 솔로활동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이런 팬미팅은 놀랍게도 처음이라고 합니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많은 인디뮤지션들이 팬미팅을 가질 기회가 없기는 만찬가지겠죠.

이번 EP '잔혹한 여행'의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팬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질문에 대한 대답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팬미팅 답게 그녀의 '첫사랑'과 '첫입맞춤'에 대한 이야기도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팬미팅을 놓친 팬들은 땅을 칠 만했죠. 추첨을 통해 세 명의 팬에게는 그녀가 직접 빼빼로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들인데, 그녀는 지구 멸망에 대한 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담으로 1시간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기다리연 공연시간이 시작되었죠. 이번 EP는 '한희정 밴드'로서 밴드 음악을 들려주었지만, 이번 팬미팅 무대에 올라선 그녀는 혼자였습니다. 오랜만에 솔로 뮤지션 '한희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우리 처음 만난 날'은 팬들과 함께했고, '솜사탕 손에 핀 아이', '잔혹한 여행'으로 팬미팅은 끝났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팬미팅이었고, 그녀의 두 장의 EP '끈'과 '잔혹한 여행'에 자필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홍대 나들이였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팬미팅 영상은 예스24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5252

2010/11/21 14:54 2010/11/21 14:54
Posted by bl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