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추운 이번 겨울 1월 15일에 '라이브 클럽 SSAM'에서 있었던 'TuneTable Movement' 소속의 포스트락 밴드 '프렌지'의 1집 마무리 단독공연 'Last Night Episode'에 다녀왔습니다. SSAM에서 공연 관람도 참 오랜만이었지만, 모회사의 부도에도 우려했던 '클럽 폐쇄'나 '용도 변경'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고 버텨주었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어려운 인디씬을 수 년간 지켜본 입장에서 참 대견스러웠습니다. 프렌지는 바로 이 SSAM을 중심으로 하는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고수 찾기'를 통해 발굴된 밴드로 '그림자궁전'과 '로로스'가 소속된 TuneTable Movement를 통해 작년 7월에 1집 'Nein Songs'를 발표했죠.

오랜만에 SSAM의 방문이 프렌지의 단독 공연이기에 제가 프렌지의 '열렬한 팬'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 사실 저의 관심은 '제사보다 젯밥'에 있었습니다. 바로 스페셜 게스트로 수 년째 활동이 없던 '그림자궁전'이 등장한다는 엄청난 소식이 제 발을 SSAM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밴드의 홍일점 'stellar'를 대신해서 홍대마녀이자 최근 '오지은과 늑대들'로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오지은'이 함께한다는 소식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게 했습니다. 그리고 오프닝 밴드로 나오는 '화난곰(Angry Bear)'의 존재도 궁금했습니다. 우스운 밴드이름이지만 한국 이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외국인 밴드'이고, 'Angry Bear'라는 영어 이름을 갖고 자칫 폭력적이고 폭발적인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역시 그 예상을 뒤집고 기타팝을 들려주는 밴드라기에 호기심을 자극했구요.

사실 밴드 '프렌지'의 공연은 앨범을 발표하기 전 몇 번  본 적이 있을 뿐이었고 날도 춥기에, 이름하여 '단독공연'인데 얼마나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 괜한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비웃듯 너무 비좁지도, 넓지도 않은 SSAM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대충 보아도 100명은 가뿐히 넘을 인원이었죠. 예정된 7시 30분이 조금 지나서 공연의 막이 올랐습니다.

오프닝 게스트는 예고대로 '화난곰(Angry Bear)'이었습니다. 모든 멤버가 외국인으로 구성되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라는 점 만큼이나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도 궁금했습니다. 더구나 공연의 소개들에 '소프트한 기타팝'을 들려준다기에 더욱 그랬죠. 사실 홍대 인근에서 돌아다니는 외국인들의 문란한 생활에 대한 소문이 많은데, 무대에 오른 4명의 멤버들은 모두 건실한 외국인 유학생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소프트한 기타팝'은 아니었습니다. 기타팝은 맞지만 제가 기대한 '소프트함'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음악들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단독공연에는 외국인 관객들도 상당히 보였는데, 아마도 이 밴드를 보러온 사람들이 아니었나 합니다. 특히 한 외국인 남성은 오프닝부터 분위기 메이커로서 감초 역할을 보였습니다.

오프닝 게스트의 공연이 지나가고 본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프렌지의 공연인데, 그들은 예상과 달리 차분하게 앉아서 어쿠스틱 셋으로 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포스트락으로 분류할 수 있는 그들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잔잔함을 느낄 수 있었죠. 예상보다 차분했던 1부가 생각보다 짧게 지나가고 그토록 기다리던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그림자궁전'의 스페셜 게스트 무대였습니다. 2009년 5월에 역시 SSAM에서 , 역시 오랜만에 했던 공연이 마지막이었다고 하면 제 기다림이 조금은 설명이 되려나요? 더구나 이번 깜짝 공연이 더욱 특별한 점은 바로 '오지은'이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막이 오르고 오리지널 멤버라고 할 수 있는 기타의 '9'와 베이스의 '용'을 볼 수 있었고 드럼은 세션으로 '유병덕'군이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9의 기타는 익숙한 멜로디를 뿜어내기 시작했죠. 한 차례 예열 후 본격적인 무대는 오지은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광물성여자"를 그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죠. 오지은이 첫 앨범을 준비하면서 공연했던 곳은 '빵'이었고, 그 시절 그림자궁전은 빵의 대표밴드 가운데 한 팀이었는데 지금은 오지은이 그림자궁전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그녀는 '오지은과 늑대들'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로 최근 활발히 활동도 하고 있어 오지은과 함께하는 그림자궁전을 '오지은과 숫자들'이라고 불러야할 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좋아하고 오랫동안 지켜봐온 두 팀, 그림자궁전과 오지은의 합동무대니 좋을 수 밖에 없겠지만 좋아하는 밴드의 곡들이기 때문인지 아쉬운 점이 귀에 바로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나의 플루토늄'이라고 강렬하게 외치는 광물성여자에 이어 "She's got the hotsausce"에서도 보컬 오지은의 매력이 담겨있었지만 밴드 사운드 면에서 'stellar'가 보컬과 함께 담당하던 기타 연주가 빠지만서 소리의 빈 공간이 크게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아쉬움 만큼이나 그녀가 stellar의 새침한 보컬과는 다른, 자신의 매력에 녹여 불러내는 그림자궁전의 곡들은 다시는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이자 선물이었습니다. 자켓을 벗어던진 "Magic Tree"에서는 더욱 농염한 보컬을 들려주었고 다음을 약속할 수 없기에 안타까운 마지막 곡 "I'm nobody"에서는 그녀 역시 기타를 메고 연주도 들려주었습니다.

이번 공연의 목적을 100% 가까이 이루었기에 사실 프렌지의 2부 공연에는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연은 10시가 넘어서도 계속되었고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죠. 오랜만에 찾은 SSAM에서 오랜만에 만난 그림자궁전과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추운 밤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림자궁전'로서 혹은 '9와 숫자들'로서 다시 만나기를 바랬는데 마침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공연 리뷰에서 밝혀지는 즐거운 소식이죠.

공연의 영상 일부는 제 유튜브 채널(http://www.youtube.com/bluoxetine)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11/02/03 02:57 2011/02/03 02:57
Posted by bluo

홍대 마녀 '오지은'의 '지은' 시리즈의 스핀오프? '오지은과 늑대들'
 
2007년와 2009년에 각각 한 장씩, 두 장의 '지은'을 발표하며 홍대 앞 인디씬에서 상당한 인지도의 뮤지션으로 올라선 '오지은'이 자신의 세 번째 정규앨범이 아닌 '기타팝 프로젝트'로 찾아왔습니다. 2집을 발표하고 공연을 하면서 밴드에 대한 욕심을 간간히 보여왔던 그녀라 놀랄 일은 아니지만 단순에 앨범까지 들고 나왔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네요. 요즘 인디씬에는 복고적이 느낌이 드는 'XXX와(과) XXX' 형식의 이름을 가진 밴드들이 은근히 유행인가 봅니다. 2009년을 휩쓴 '장기하와 얼굴들(장얼)'부터 2010년에 마땅히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준 '9와 숫자들(9숫)'에 이어, 2011년을 앞둔 2010년 12월에는 데뷔앨범을 발표한 '오지은과 늑대들(오늑)'이 등장하였으니까요. 여성 프런트에 남성 세션 4명으로 이루어진, 뭔가 일을 낼 법한 멤버 구성의 '오늑'의 1집, 살펴보죠.

힘차게 앨범을 여는 '넌 나의 귀여운!'은 여러모로 이 앨범의 컨셉을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운 면보다 좋은 면이 많고, 나이는 많지만 애 같은 귀여운 남자친구' 예찬론을 펼치는 노래는, 본 곡을 포함하여 모두 오지은이 작사/작곡한 전반부(2~5번) 트랙들의 연애 이야기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근두근한 고백송 '뜨거운 마음'은 진솔한 표현이 돋보입니다. 마음의 변화를 나비의 날개짓에 비유하고, 마음의 크기를 방석, 의자, 소파로 점층적으로 비유한 점이 재밌습니다.(이런 비유들은 9와 숫자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사귀지 않을래'는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가 외칠 법한 제목입니다. 하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사귀기 전에 그에게 바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긴 제목의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 줘'는 미리듣기로 공개될 만큼 탁월한 매력의 트랙입니다. 경쾌한 리듬과 기타리프는 어깨를 들썩이며 따라부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락페스티벌의 싱얼롱을 노리고 만든 곡이 아닐까하고 강력하게 의심되기도 하구요. 역시 선공개되었던 '아저씨 미워요'는 제목부터 위험한 트랙입니다. '아이유'의 '오빠팬'이나 '삼촌팬'을 넘어서 '아저씨팬'까지 노리는 야심(?) 담겨있는 가사는 아저씨들의 애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합니다.

'사실은 뭐'는 '차도녀'를 넘어서 '까도녀(까칠한 도시 여자)'에 가까운 오지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사가 은근히 과격한데, 크레딧을 살펴보면 앞선 곡들과 달리 이곡의 작사/작곡은 모두 기타리스트 '정중엽'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 곡을 제외하면 모든 곡의 가사는 오지은이 썼습니다.) 재밌게도 마지막 반전은 이 곡이 '사실은 뭐.. 성인용(?) 트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역시 좀 위험해요.

발랄하고 달달한 기타팝은 역시 앨범이 표방하는 컨셉이구요. 그리고 그 발랄함과 달달함은 2장의 '지은(1집과 2집)'에서 찾아볼 수 없던 모습으로, '홍대 마녀'라고 불릴 만큼 극단적이고 과격하거나(華,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진공의 밤) 차분하고 서정적인(wind blows,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등) 표현들과는 다른 표현 방식입니다. 물론 발랄한 곡들(웨딩송, 인생론)이 없지 않았지만 그 곡들조차도 다분히 진솔한 자기고백적인 수준으로 이렇게 '자제력을 상실한 사랑의 찬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틈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오지은'을 보여주는 '지은' 시리즈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앨범의 후반부를 시작한다고 할 수 있는 'Outdated Love Song'은 달달한 기타팝에서 진중한 모던락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작합니다. 앞선 트랙들이 '애정행각'에 대한 노래들이었다면 이제는 그 후폭풍의 시작이죠. 또 오지은만의 밴드가 아님을 다시 주지하듯이 'Outdate Love Song'과 '없었으면 좋았을걸'에서도 멤버들의 참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작곡을 각각 드러머 '신동훈'과 '키보드 '박민수'가 담당했습니다. 작곡자의 영향인지, 'Outdated Love Song'에서는 드럼이 두드러지고, '없었으면 좋았을걸'에서는 키보드의 비중이 큽니다. 가사에서는 비슷하게 사랑에 대한 후회를 담고 있지만, '단호한 후회' 대  '무기력한 후회'로 극명한 대비도 재밌네요.

'만약에 내가 혹시나'는 두 장의 앨범에서 볼 수 있는 '오지은'은 모습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근조근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두 장의 '지은'에서 후반부에 위치한 트랙들의 분위기에 닮아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어쿠스틱이 아닌, 늑대들의 밴드 사운드 위에서 펼쳐진다는 점이죠.

마지막 두 트랙은 앨범을 정리하는 트랙들이네요. 두 곡의 작곡은 베이시스트 '박순철'이 담당한 편안한 팝넘버입니다. '마음맞이 대청소'가 제목처럼 앞선 트랙들에서 펼쳐진 '사랑과 이별의 모든 감정'에 대한 정리를 담은 트랙이라면, '가자 늑대들은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셀프타이틀 앨범 '오지은과 늑대들'을 정리하는 트랙이라고 하겠습니다. 솔로 '오지은'에 가장 가까운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는 '마음맞이 대청소'는 '만약에 내가 혹시나'와 더불어 오지은의 세 번째 앨범에 대한 갈증을 조금은 덜어주고 있습니다. 조금은 오글오글한 가사의 '가자 늑대들'이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곡일지, 혹은 힘찬 시작을 의미하는 곡일지는 지켜봐야겠죠.

'해피로봇 레코드'의 '2010년 깜짝 프로젝트'라고 할 만한 '오지은과 늑대들'은 단순히 오지은의 확장판이 아닌 전혀 다른 색깔로 매력적인 곡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지은이 들려주는 곡들이 무대 위에서 듣기보다는 방에서 조용히 듣기에 좋은 곡들이었다면 '무대 친화적'인 곡들로 무장하여서 그녀의 팬들에게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홍대 라이브클럽과 방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단순히 오지은의 네임벨류에 의지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오지은과 늑대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좀 더 '오지은과 늑대들'만의 색깔로 가득찬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1/01/10 15:54 2011/01/10 15:54
Posted by bl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