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취향/Music&CD2010/09/19 22:32

요즘에는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같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 되었지만, 아직도 '앨범'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CD'이다. 각종 음원 압축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용량을 줄이기위해 압축을 하면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하기에 CD의 음질을 따라갈 수는 없다. 또, CD는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존재같은 '파일'이 아닌 현물이기에 그 자체로서의 소장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CD 속에 담겨있는 음원들, 그 음원의 음악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CD를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CD를 보호해주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케이스(디지팩이든 플라스틱 케이스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 자켓'이 바로 그것이다.

앨범 자켓이 뭐 대수롭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 'Beatles'의 그 유명한 앨범 'Abbey Road'의 자켓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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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범한 자켓이 얼마나 많이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었는지.

각종 시각적 기술이 발달하면서 앨범 자켓은 단순히 포장의 기능 뿐만 아니라, CD 속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나라의 자켓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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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마녀', '오지은'의 앨범 자켓들로 좌측부터 '1집', '1집 해피로봇 에디션', '2집'의 자켓이다. '해피로봇 에디션'은 어차피 레이블이 바뀌면서 판매를 위해 자켓을 바뀌었을 수 있겠지만, 1집과 2집만을 비교하면 본인의 얼굴에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록곡들도 앨범 자켓처럼 그녀의 자화상 혹은 일기장 같은 노래들이다. 더구나 앨범 타이틀도 1집과 2집 모두 '지은'으로 뮤지션의 고집이 느껴진다.

또 다른 자켓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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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의 앨범 자켓들로 왼쪽부터, 1집 '너의 별이름은 시리우스 B',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의 자켓이다. 자켓에서부터 남다른 안목이 느껴지는데, 일관적으로 한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불어 밴드 로고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어 어떤 연속성이 느껴진다. 1집이 일러스트처럼 풋풋하고 달달하고 멜랑콜리한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고 EP들도 마찬가지여서, 첫 번째 EP는 흰눈처럼 순수한 감수성을 두 번째 EP는 여린 봄의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고집있고 꾸준한 모습들, CD를 수집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즐겁다. 이런 멋을 아는 뮤지션들이 좋다. 음악뿐만아니라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일관성을 보여주는 뮤지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앨범 자켓은 이제 단순히 '음반의 포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포토그라피, 일러스트레이트, 타이포그라피 등이 융합된 또 다른 예술의 장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2010/09/19 22:32 2010/09/19 22:32
Posted by bluo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길고 길었던 1년간의 여정,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계절 연작 EP의 네 번째,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

우선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친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 '경훈'과 '은수'에게 박수치고 싶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작년 초에 계획되었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1년 사계절을 관통하는 음악 작업을 무사히 끝내고 네 장의 EP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이 전대미문의 프로젝트와 함께한 지난 약 1년의 시간 동안 참으로 수고 많았습니다.

지난 세 장의 EP들이 약 3개월의 간격을 두고 발매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이하 겨울은 봄의 심장, 혹은 겨울 EP)'은 2월 즈음에 발매될 것으로 생각되었으니, 실제 발매된 3월은 이미 봄이어서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봄을 의식한 듯한 부제 '겨울은 봄의 심장'은 그 '늦음'에 대한 항변으로 보이네요. 사계절 연작의 마지막 EP라는 점 뿐만 아니라 이미 2006년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을 통해 겨울의 느낌을 물씬 담아냈던 미스티 블루이기에, '겨울은 봄의 심장'은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긴 여정의 마지막을 시작하는 인트로 성격의 '봄의 심장'은 마치 카세트테잎을 거꾸로 감아서 재생했을 때 들었을 법한 소리들로 시작됩니다. 가사를 통해 반복되는 'how'는 토로의 어려움을 노래합니다. 곡 전반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는 미스티 블루가 음악으로 참여했던 '베스트극장'의 단막극 '동쪽 마녀의 첫번째 남자' 테마곡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곡의 앞 부분은 거꾸로 감아서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망각 [Oblivate]'는 이 EP가 겨울을 표방하듯, 앞선 '봄의 심장'과 이어지는 지독한 쓸쓸함으로 시작합니다. 만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겨울의 이미지처럼 '어둠'과 '무덤'이라는 단어는 '기억의 죽음', 즉 제목 그대로 '망각'을 그려냅니다.

보컬 없이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밴드 음악들 가운데 일부를 '슈게이징(shoegazing)'이라고 부르는데, 다분히 '슈게이저'라는 제목은 이 슈게이징에서 차용한 'shoegazer'라고 생각되네요. 그렇기에 '슈게이저'는 조근조근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가 담겨있는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차분하지만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져서 미스티 블루다운 달달한 쓸쓸함을 들려줍니다.

'조와 울'은 텅빈 공간을 부유하는 먼지처럼 공허한 슬픔을 노래합니다. 겨울 EP를 만드는 동안 두 멤버가 얼마나 많은 우울을 겪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행복하니?'라고 묻는 가사와 샘플링하여 수록한 울음소리에서 그 슬픔은 극명해집니다.

'On And On'은 미스티 블루답지 않게도 대부분 영어 가사에 더구나 라킹(Rocking)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어쩌면 슬픔을 넘어선 분노가 이런 사운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낮잠'은 놀랍게도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초로 베이스 '경훈'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말랑말랑한 멜로디들을 잘도 만들어내는 그의 작곡 능력과는 다르게, 그의 음성은 차운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마지막 '기억은 겨울보다 차갑다'는 겨울 EP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쓸쓸히, 조근조근 읊조리다가 한 순간에 폭발하는 보컬과 사운드는 어떤 시에서 노래했던 '찬란한 슬픔의 봄'을 연상시킵니다. '너의 심장이 나의 심장에'라고 차마 끝내지 못한 여운은 어떠한 말보다도 더 깊은 슬픔을 담아냅니다. 너의 심장에서 나의 심장으로... 마음과 마음이 끈이 끊이 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쓸쓸합니다.

사계절 연작의 마지막, 겨울 EP를 통해 약 1년에 가까운 미스티 블루의 긴 여정은 막을 내립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활기 넘치는 봄이 아닌, 겨울의 쓸쓸함을 가슴에 담은 슬픔의 봄을 위한 겨울은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해석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안타깝게도 미스티 블루의 마지막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제 미스티 블루의 음악들은 음반들로 만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겨울 EP가 그렇게도 서럽게 슬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 미스티 블루... 별점은 4개입니다.

2010/06/17 13:07 2010/06/17 13:07
Posted by bluo